[첫 테코톡 발표]
지금까지 이런 발표는 없었다. 이것은 포럼인가 컨퍼런스인가.
네에~ 10분 테코톡입니다!
지난 주 2월 23일 첫 테코톡 발표를 지켜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우아한 테크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되어있는 예전 영상들을 보면 보통 트랙룸에서 진행하거나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이번에도 트랙룸에서 진행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첫 주 발표를 가장 큰 강의장인 굿 샷 강의장에서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첫 주 발표는 아니지만 바로 그 다음 주 발표가 예정된 나로써는 첫 발표자들이 어떤 식으로 발표하는지 꼭 보고싶었기에 테코톡에 참석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모든 크루들이 다 동일했던 것인지...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100명이 되는 모든 크루들이 테코톡 강의장에 모여들었다. 자리가 부족해 뒤쪽에 서서라도 테코톡을 들으려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덩달아 긴장이 되었다.
첫 발표자들은 제이, 주노, 비버, 글렌 4명이었다. 모두들 갑작스럽게 발표 장소도 큰 강의장으로 바뀌고 모든 크루들이 몰려와서 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텐데 큰 실수 없이 다들 잘 발표를 마쳤다. 발표를 먼저 마친 크루들을 보며 부러운 감정도 들었지만 '이젠 정말 내 차례구나...!' 라는 생각에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나 내 맘을 무겁게 했던 부분은 예상치 못했던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굉장히 많은 크루들이 얕지 않은 질문들을 던졌고 개중에는 발표자가 쉬이 답하기 힘든 부분들도 간혹 존재했다. 간단한 질답 정도는 생각했지만 본격적으로 100명이 되는 크루들 모두가 나의 발표 내용을 검증하고 질문한다고 생각하니 그 때부터 테코톡은 나에게 단순한 발표가 아니게 되었다.
내가 공부하고 발표한 내용을 증명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겠구나
[발표 준비]
발표날까지 7일이 남은 시점에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사실 어떤 내용으로 발표할지는 다 정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가볍게 준비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발표의 시작부터 끝까지 플로우를 어떻게 구성할 지 고민하며 다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정말 간단한 내용을 말한다고 하더라도 '정말 이 내용이 맞나?', '내가 가져다 쓴 개념이 여기에도 적용되나?'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용 검증이 필요했다. 덕분에 주말 간 피피티까지 완성하고 발표연습을 하려고 했던 계획은 물건너가고 내내 내용 검증과 발표 구성을 했다.
주말이 지나 발표의 내용 검증 및 구성에 대한 윤곽이 잡혀갈 때 쯤 정신차려보니 블랙잭 미션이 시작되기 전날이었다. 새로운 미션은 둘째 치고 페어로 미션을 진행해야 했기에 반드시 그 전에 발표자료 초안은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공대생 특성 상 피피티 자료를 만드는 데에는 정말 문외한이었고 어디부터 만들어야 할 지 막연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첫 발표자였던 제이와 화장실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그 때 처음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거의 바짓가랑이 붙잡는 심정으로 발표자료 어떤 식으로 만드셨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너무도 친절하게 본인의 발표자료와 참고자료들을 같이 보내줬다. 하늘에서 동앗줄이 내려온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 😭
제이가 이렇게 전달해준 자료들을 통해 피피티 템플릿과 폰트, 브랜드 컬러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고 심플하지만 공대생 입장에서 최선인 형식으로 발표 피피티를 만들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고마워요 제이... 커피라도 사드려야지...)
피피티를 보면 알겠지만 이번에 발표하게 된 주제는 불변성이었다. 대부분의 크루들이 이전 미션을 진행하며 어느 정도 불변 객체에 대해 학습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처음 불변성의 개념을 접하는 사람들이 보는 상황까지 고려하여 발표를 구성하다보니 얘기하고 싶은 내용이 굉장히 많아졌던 것 같다.
이번 테코톡 발표에 대본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대본으로 외워서 발표를 진행하기에는 너무나 내용이 많았고 오히려 외운 것을 까먹어서 당황하게 될 그림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그냥 현장에서 피피티를 보며 설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발표자료를 만든 직후 리허설을 했을 때는 말이 꼬이는 것을 감안해도 13분 정도 걸렸다. 발표 시간은 엄격히 10분으로 제한한다고 나와있었기에 연습을 계속 하며 시간을 단축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절대 10분 안쪽으로 들어가기 힘들었기에 어느 정도 시간 넘기는 것은 봐주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초반에도 얘기했지만 일정 상 블랙잭 미션 step1을 진행하며 발표 준비를 병행하게 됐다. 이번 페어는 민트였고 첫 날부터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진행했다. 민트와 서로 대화 코드가 잘 맞아 잠시나마 발표에 대한 중압감을 잊고 같이 미션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발표 전 날인 3월 1일이 공휴일이었기에 캠퍼스에 나와서 계속 발표 리허설만 했다. 다른 크루들이 블랙잭 미션을 여유롭게 진행하는 것을 보며 너무 부러웠지만 개인적으로 테코톡의 우선순위가 더 높았기에 발표 준비에만 집중했다. 다행히(?) 페어였던 민트도 이 날 동아리 공연이 있어 캠퍼스에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만약 민트가 쉬는 날 미션을 진행하자고 했었으면 많이 난감했을 뻔 했는데 이 부분도 서로 상황이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
[발표 당일]
대망의 발표 당일이 찾아왔다. 전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는 계속 말도 꼬이는 것 같고 피곤에 절어서 신경도 곤두서 있었다. 하지만 딱 잠자리에 들며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내일은 그냥 하던 대로 해버리자!'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잠을 많이 잔게 아니었는데도 굉장히 가볍고 기분이 좋았다. 이미 발표를 끝내고 중압감에서 해방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랄까... 하지만 너무 들뜨지 않게 스스로를 다잡으며, 들뜬 기분을 자신감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며 캠퍼스에 등교했다.
오후 2시에 발표 시작이었는데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명상, 음악감상, 발표자료 정독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고 시작하기 10분전에 발표장에 들어섰다. 같이 발표하는 엔델, 케로, 도기는 미리 발표장에서 대기중이었다. 우테코를 한달 가량 지내면서 한 마디도 못 나눠본 크루들이었지만 테코톡을 앞둔 심정은 다들 똑같았는지 서로 응원해주며 말을 쉽게 텄던 것 같다.
발표하기 전 10분이 넘으면 칼같이 짤 이라는 네오의 말을 듣고 살짝 긴장이 되긴 했다. 리허설했던 대로 진행하면 무조건 10분이 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임기응변으로 뒷 부분에서 앞 부분과 내용이 살짝 겹치는 부분을 스킵하는 것으로 시간을 단축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스킵한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오히려 건너뛴 것 때문에 발표가 더 콤팩트 했다는 다른 크루의 평가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
실제로 발표할 때는 설명하기 바빠서 10분의 시간이 초과되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인지도 잘 안됐던 것 같다. 하지만 큰 실수 없이 리허설 했던 대로 설명을 쭉 이어나갔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을 받았다. 처음에 질문이 안나오자 발표를 어지간히 못했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쯤 크루인 달리와 깃짱이 질문을 던져줬는데 참 고마웠다. 이와 별개로 설명을 확실하게 잘 전달하지 못해 미안한 감정도 같이 들었다. 나중에 깃짱에게는 질문 내용에 대해서 보충설명도 자발적으로 해줬으나 이것도 솔직히 잘 전달했나 싶기는 하다... 만약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면 나중에 다시 물어봐준다면 좋겠다.
그리고 크루인 주노가 발표하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발표 전에는 사실 다른 생각을 못하게 되서 사진 찍어달라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우테코에서의 소중한 순간을 잘 담은 사진들이어서 너무 고마웠다. 나중에 내가 아는 크루가 발표하게 된다면 나도 꼭 사진을 몇 장 찍어서 보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코톡을 끝내고]
테코톡을 끝내고 숨쉴 틈도 없이 블랙잭 미션을 진행하게 되었다. 3.1절에 미션을 진행하지 않은 벌은 너무나 컸다... 중간부터 TDD를 포기하고 구현완료를 목표로 해서 진행하자고 민트와 합의했고 겨우 겨우 금요일 마감시간에 맞춰서 제출할 수 있었다. 비록 이번 미션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아쉬움은 남았지만 원래 목표했던 테코톡 발표를 만족스럽게 끝낼 수 있었어서 참 행복했다. (리팩토링은 미래의 나에게...)
테코톡 발표를 핑계로 미뤄뒀던 지난 미션 리팩토링, 회고, 필독서 읽기, 프롤로그 작성 등 해야할 것들이 많이 밀려있다. 또 발표준비로 인해 바빠서 다른 크루들과 편하게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못 가졌던게 아쉬웠었다. 이제는 여유를 갖고 내 페이스대로 공부하면서 남은 우테코 생활을 만끽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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