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테코 1달 생활기
매몰된 사람
고등학교 때부터였을까? 항상 목표가 있었다.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고 싶었고 선택한 분야의 학위를 받아내고 싶었다.
그때그때 목표는 달랐다.
그럼에도 당시 갖고 있던 목표를 위해 매몰되어 살았던 건 항상 같았다.
사람들도 만나지 않았고 밥 먹는 시간조차도 아깝다고 여기며 노력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노력을 쏟았던 것만큼 결실을 얻은 경험은 없었다.
왜 실패했을까 수 없이 고민하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매번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치부했다.
그렇게 해야만 지금의 실패를 이해할 수 있었고 견뎌낼 수 있었다.
혼자 매몰되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목표를 잃고 방황하던 중 우연히 한 공고를 접했다.
우아한테크코스 5기 모집.
수많은 실패를 겪었음에도 다시 간절한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저 여태껏 해왔던 대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살았다.
똑같이 공부하고, 밥 먹는 시간까지 아까워하며 준비했다.
그렇게 다시 매몰되어 살았을 터였다.
피가 말라가는 게 느껴졌던 두 달이었다.
정말 길었던 선발 과정이 이어진 후에야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합격한 날의 기쁨이 가시고 의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왜 합격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쉽게 나지 않았다.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고자 공부할 때 덜 간절했었나?
원하는 연구실에 들어가고자 공부할 때 노력이 부족했었나?
아니었다. 누구보다 간절했고 누구보다 노력했을 터였다.
무엇 하나 변한 게 없는데 도대체 이번엔 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을까?
예전보다 더 간절하게 준비한 것도, 더 열심히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운이 좋아 붙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꽤 긴 고민이 이어졌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이번엔 혼자 매몰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혼자 자소서를 작성하는 데에 매몰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어떻게 더 잘 쓸 수 있을까 두문불출하며 고민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엔 책상에서 벗어나 고등학교 친구와 만났다.
가볍게 친구와 근황을 얘기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우테코를 위해 자소서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자소서를 많이 써봤다는 친구는 그 자리에서 바로 피드백을 해줬다.
생각지 못한 자리에서 정말 소중했던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혼자 프리코스 과제를 진행하는 데에 매몰되지 않았다.
모르는 부분, 안되는 부분에 괴로워했던 건 예전과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괴로운 것을 혼자 담아두지 않았다.
노트북 앞에서 벗어나 학교 동기들과 솔직하게 힘든 점을 얘기했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격려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예전과 지금의 차이는 이것뿐이었다.
스스로는 몰랐지만, 꽤 예전과는 달랐다.
혼자 매몰되었다면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했기에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혼자 매몰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혼자 매몰돼서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우테코에 스스로를 기투하라
사람은 어리석은 동물이다.
아무리 큰 깨달음을 얻어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된다.
혼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샌가 관성에 젖어 매몰되어 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또 예전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우테코 첫날, 포비는 사람의 의지력은 너무나 나약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 했다.
그때부터 우테코에 스스로를 기투하기로 했다.
기투(企投) : 현재를 초월하여 미래에로 자기를 내던지는 실존의 존재 방식.
예전이라면 눈앞에 놓인 과업들에 매몰되어 살았을 것이다.
우테코를 하면서 해야 할 과업이 없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항상 공부할 것은 많고, 해야 할 것은 넘쳐났다.
과거의 나라면 절대로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할 일을 잠시 내려놓고 크루들과 식사에 나를 기투한다.
어쩌다 가끔은 함께 술 한잔할 수 있도록 더 멀리 스스로를 던진다.
함께 식사하며 현재 고민과 상황을 크루들에게 얘기한다.
크루들은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다시 건네준다.
다른 크루들의 생각은 혼자 매몰되어 가는 나의 내면을 전환시킨다.
예전이라면 내 할 것도 하기 바빠 죽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크루들에게 말을 붙이는 건 사치라고 여겼을 것이다.
지금은 말 한번 섞어보지 못한 크루들에게도 나를 기투한다.
캠퍼스에서 지나가며 눈이 마주치는 크루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언젠가 인사했던 크루들이 이번엔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준다.
우연한 찰나는 짧은 대화로 이어졌고 생각지 못한 인연을 가져다준다.
먼저 건넨 인사로 시작된 인연이 또다시 매몰되어 가는 나를 끌어 올린다.
예전이라면 이해가 안 돼서 막힌 부분을 부끄러워했을 것이다.
까먹은 부분을 다시 혼자 해결하기 위해 고민만 했을 것이다.
못하는 것을 감추고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했을 것이다.
지금은 주변 크루들에게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나를 기투한다.
크루들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친절하게 얘기해준다.
혹은 해결하지 못했더라도 같이 진심으로 고민해준다.
그렇게 크루들의 도움을 받아 앞에 놓인 문제에 다시 도전한다.
크루들의 도움이 직면한 문제에 계속 매몰되어 가는 나를 끌어 올린다.
한 달간의 우테코 생활은 나를 기투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동안 피투된 존재로 매몰되어 살아왔기에 변화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내던지며 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나를 기투하는 삶이 당연해져 갈 것이다.
적어도 우테코라는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는 한.
https://github.com/woowacourse/woowa-writing-5/pull/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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